[참여학과소식] 기계공학 분야 석학 김윤영 석좌교수 부임…“숙대서 여성 공학인재 키울 것”

등록일 2024-04-09

출처: SM뉴스

 

 

 

“학생들이 지식과 지혜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올해 3월 우리대학 기계시스템학부 석좌교수로 부임한 김윤영 교수. 2023년 아시아 학자 최초로 미국기계학회 '레일레이 렉처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할 정도로 기계공학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하던 그는 국내 기계시스템 분야의 여성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해외 유수 대학의 요청을 뒤로 하고 우리대학을 선택했다. 학생들이 수업에서 지식뿐 아니라 지혜도 얻어가길 바란다는 김윤영 교수의 이야기를 숙명통신원이 담았다.

 

1. 안녕하세요. 먼저, 숙명여대 구성원들에게 교수님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기계시스템학부 석좌교수 김윤영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024년 2월 정년퇴직 후 명예교수가 됐습니다. 2024년 3월 1일부터는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부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2. 올해부터 숙명여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셨는데 캠퍼스는 둘러보셨나요? 어느 곳이 가장 마음에 드나요?

 

제가 이전에 있던 서울대학교 공대는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데, 숙명여대 캠퍼스는 올라가는 길에 가게가 많아 활기차고 새로운 느낌입니다. 

 

연구실이 있는 르네상스플라자 지하 1층에 전시 공간이 있는 것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예술은 기계시스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분야라고 할 수 있지만, 예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창의적인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가까이에 두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시 공간이 무료고 우리 학부 건물과 붙어 있어 부담 없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학생들도 자주 들러 창의적인 분위기에 젖어보면 좋겠습니다.

 

3. 많은 학교 중 숙명여대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2022년 숙대에 잠깐 와서 연구년을 지낸 적이 있었어요. 기계시스템학부는 신생 학과이면서, 젊고 활발한 연구를 하는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그들과 함께 숙대 기계시스템학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면 재미있고 보람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작년 초에 미국 대학에서 정년 후 이직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국내 연구에 더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습니다. 

 

그리고 이과나 공대는 여성 인력이 많지 않잖아요. 매해 그 수가 늘고는 있지만 더 많은 여성이 들어와서 그들만의 능력과 재능을 키워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여성과 남성 학생/연구원/과학자의 시너지로 우리나라 공업과 공학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제가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김윤영 기계시스템학부 석좌교수가 3월 11일 교내 행정관에서 열린 임용장 수여식에서 장윤금 총장에게 임용장을 받고 있다.

 

4. 교수님은 2023년 미국기계학회에서 아시아 학자 최초로 레일레이 렉처상(Rayleigh Lecture Award)을 수상할 정도로 큰 연구 업적을 남기셨는데요. 주 연구 분야인 파동 제어를 위한 메타물질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세요.

 

방 안 어디에선가 소리가 발생하면 그 소리가 벽에 반사돼 방에 있는 사람에게 시끄럽게 들리게 됩니다. 이때 스펀지처럼 생긴 흡음재를 벽에 덧대면, 흡음재가 소리를 흡수해 반사 소리가 줄어들면서 조용해집니다. 만약 덧대는 두께는 최소로 하되 흡음을 최대로 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그래서 저희 팀이 연구를 했는데요. 저희가 얻은 결과는 보통의 직관으로 예측되는 것과 매우 달랐어요. 조금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두께가 일정한 흡음재를 부착한 방과 특수 형상의 쇠처럼 딱딱한 물질을 넣어 만든 동일한 두께의 흡음재를 부착한 방의 반사 소음을 비교하면, 후자에서 소음이 월등히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쇠처럼 딱딱한 것은 소리를 더 잘 반사해 반사 소음이 더 커질 것 같은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렇게 만든 새로운 형태의 흡음재를 보통 흡음 메타물질이라고 해요. 메타물질은 소리, 초음파 등 모든 형태의 파동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총칭합니다. 

 

5. 소리뿐 아니라 초음파에 적용되는 메타물질 분야에서도 새로운 연구 업적을 내셨어요. 그 연구 내용도 소개해 주세요.

 

초음파는 뼈를 잘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뼈로 가려지지 않는 인체의 복부 내 장기 진단에 사용됐어요. 그런데 최근에 저희 연구팀에서는 뼈를 뚫고 두개골 속에 있는 뇌를 초음파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메타물질을 뼈 같은 장애물 앞에 설치하면, 그 내부를 초음파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죠. 앞으로 해야 할 연구가 많지만, 이 연구가 실용화되면 골든타임 내 뇌출혈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6.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를 해오셨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하나를 뽑기가 어렵지만, 고른다면 메커니즘 위상 최적화 기술을 개척해 온 연구입니다. 메커니즘 위상 최적화는 제 연구팀이 20여 년 동안 무에서 개척해 온 새로운 기술입니다. 작년에는 실험실 제자가 이 기술로 창업했고, ‘CES(세계가전전시회) 2024’에서 혁신상도 받았습니다. 

 

메커니즘이란 로봇 등을 움직이게 하는 기계장치부를 말합니다. 만약 우리가 원하는 운동을 발생시켜 주는 메커니즘(예: 6절 기구)을 설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원하는 성능의 메커니즘을 찾았습니다. 제 연구실 기술은 그것을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자동으로 찾아내 주는, 일종의 자율 설계 기술입니다.

 

메커니즘을 설계할 때 메커니즘의 위상(예를 들어 4절 기구와 6절 기구는 위상이 다름)을 모른 상태에서 그것을 찾아나가야 하므로 어떤 임의의 위상이라도 사람의 인위적인 개입 없이 자동으로 생성될 수 있게 해주는 모델링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 모델링 기술을 만들 때 상식에서 벗어난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이 이 연구의 매우 중요한 핵심 아이디어 중 하나입니다.

 

 

7. 연구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이 연구는 우리가 처음으로 제안해서 지금까지 발전시켜 왔는데, 한 주요 연구 결과에서 다음의 주요 연구 결과를 얻기까지 정말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7년, 그다음에는 4년이 걸리는 등 정말 많은 인내가 필요한 연구였습니다. 다행히 제가 훌륭한 제자들을 만난 덕에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어려운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저를 믿고 같이 해준 제자들에게 참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8. 교수님은 배움에서 창의성을 매우 중시한다고 들었어요. 학생들의 창의성을 도모하기 위한 교수님만의 수업 방식이 있나요?

 

질문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학교에 다닐 때는 배우면서도 왜 배우는지를 잘 몰랐던 것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는 왜 지수함수를 배워야 하는지 잘 몰랐지요. 누가 이걸 했는지도, 처음에 왜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고 외웠잖아요. 이제는 배우는 사람이 가능한 이런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강의 중간에 ‘왜 이 개념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던지려고 합니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훈련되면 새로운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좋은 자산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9. 교수님 본인의 창의성을 함양하기 위한 교수님만의 생활 방식이 있나요?

 

저는 그림책을 많이 봅니다. 제 아내가 유아문학 교육을 전공해서 저도 같이 그림책을 보게 된 것이 시작점입니다. 그림책은 10분 정도면 한 권을 다 볼 수 있어서 시간이 많이 들지 않지만, 늘 중요한 메시지가 있고 많은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그림책이 생각의 전환, 상식과 직관의 타파가 요구되는 저의 연구에도 도움이 되고, 제게 긍정적으로 지적인 자극을 많이 해주죠.

 

10. 숙명여대 학생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고 싶으신가요?

 

수업을 통해 교수는 지식을 가르치지만, 학생은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교육이 지식에 있어요. 그 지식을 창출했던 과정에서 어떤 지혜가 있었는지, 그 지혜로부터 어떻게 지식을 창출했는지 배워야 합니다. 이 과정을 알게 되면, 우리는 계속 새로운 걸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업에서 지식과 동시에 그 지혜도 같이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비판적인 질문을 통해 제 수업을 본인만의 수업으로 만들길 바랍니다. 많은 학생이 성적에만 집중하는데요. 그것도 좋지만, 배움을 위한 공부와 시험을 위한 공부 사이의 균형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강의를 들을 때도 교수인 저를 복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학생 본인이 나만의 학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2기 김규나(홍보광고학과 21), 김선형(정치외교학과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